언어는 수단이 아니라 능력이다 – 다언어 구사자에 대한 세상의 시선
언어를 몇 개나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두세 개의 언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고 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감탄하게 된다. 그렇다면, 수십 개의 언어를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건 인간 지능과 기억력, 사고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기네스북은 오래 전부터 **‘가장 많은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공식 항목으로 지정해 기록을 수집해 왔다. 이 기록은 단순히 언어의 수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실제로 해당 언어를 말할 수 있는가, 이해 가능한 문장으로 즉석에서 대화할 수 있는가, 의미를 완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가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이 기록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조하네스 “조자” 말로(Ziad Fazah)**이다. 그는 레바논 태생의 브라질 국적을 가진 다언어 구사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공식 기록에 따르면 총 60개 이상의 언어를 읽고, 쓰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1998년에는 기네스북 TV 특집 방송에 출연해 실시간으로 여러 언어로 된 질문에 대답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여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처럼 언어는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 능력과 집중력, 그리고 기억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복합적인 작업이다. 수십 개의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뇌의 유연성, 학습 전략, 반복 훈련의 결과이자, 무엇보다도 ‘언어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능력이다.
조하네스 말로의 학습 전략 – 반복보다 리듬, 외움보다 연결
조하네스 “조자” 말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비결은 단순한 ‘암기력’이 아니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언어 학습법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지금도 많은 언어학자들과 다언어 습득자들이 주목하는 주제다.
말로는 언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방식으로 습득했다고 말한다. 그는 언어를 단어의 조합으로 이해하지 않고, 문장의 억양, 리듬, 구조를 전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그는 가장 먼저 아이들의 말하기 방식을 모방했고, 실제로 유아 교육 콘텐츠를 활용해 ‘듣기 → 따라 말하기 → 조용한 독백 → 실제 대화’ 순으로 연습했다.
그는 특히 시청각 자극을 활용한 학습을 강조했다. 각 언어의 뉴스 방송, 영화, 어린이 만화, 라디오를 반복적으로 듣고, 그 리듬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훈련을 했다. 단어의 의미는 사전으로 확인하되, 외우려 하지 않고 문맥 속에서 체득했다. 예를 들어, 러시아어를 공부할 때 그는 ‘동물 농장’을 러시아어 더빙으로 수십 번 들으며 언어의 속도와 억양, 감정 표현까지 따라 했다.
또한 그는 언어 간의 연결 고리를 활용했다. 유럽 언어들 사이의 어근과 문법적 유사성을 활용해 학습 속도를 높였고, 아랍어와 페르시아어, 힌디어와 우르두어 같은 구조가 비슷한 언어군은 한 번에 묶어서 배웠다. 즉, 언어를 개별 과목처럼 따로 배우지 않고, ‘언어군 중심’의 입체적 학습법을 활용한 것이다.
그는 “언어는 지식이 아니라 감각이다”라고 말한다. 말로의 접근은 단순히 암기식 학습이 아닌, **‘언어를 하나의 인간 경험처럼 흡수하는 방식’**에 더 가깝다.
언어학자들이 분석한 다언어 습득의 조건
조하네스 말로의 언어 학습법은 많은 언어학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아 왔다. 과연 한 명의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신경언어학, 뇌과학, 교육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대상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다언어 습득의 핵심으로 꼽는다.
첫째, 청각 인식 능력의 예민함이다. 언어는 소리에서 시작된다. 다언어 구사자는 새로운 언어의 억양, 음운 차이, 속도 등을 빠르게 인식하고 모방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은 ‘듣는 것’만으로도 발음을 비교적 정확하게 재현할 수 있다.
둘째, 장기 기억과 단기 기억의 연결력이다. 단어와 문장을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넘기는 과정에서 일반인보다 더 빠르고 정교한 패턴을 보인다. 말로는 단어 하나를 외울 때 반드시 실제 대화 속에서 연결된 예문과 함께 기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셋째, 언어 간 전이 능력이다. 이미 여러 언어를 배운 사람은,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기존 언어와 비교하거나 유사한 문법 구조를 찾는 데 능숙하다. 예를 들어, 스페인어를 아는 사람은 이탈리아어나 포르투갈어를 훨씬 수월하게 익힐 수 있다.
넷째, 동기부여와 언어적 호기심이다. 가장 많은 언어를 배운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 언어 자체에 대한 사랑과 궁금증”이다. 조하네스 말로 역시 “언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이유는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언어를 배우는 것을 단순한 도전이 아닌, 삶의 일부이자 즐거운 탐험으로 여겼다.
다언어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 언어는 곧 세계를 여는 열쇠
조하네스 말로의 기록은 단순한 ‘많은 것을 안다’는 지식의 자랑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고, 타인을 이해하며, 더 많은 관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니라, 문화와 정체성, 사고 방식과 세계관을 담는 그릇이다.
60개 이상의 언어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말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60개 이상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공감의 폭이 넓고, 타인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실제로 조하네스 말로는 수많은 국가에서 통역과 교육 활동을 해왔으며, 그의 능력은 단순히 학문적 영역을 넘어 문화 외교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분야까지 확장되었다. 그는 언어를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리를 놓았고, 언어가 단절이 아닌 연결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기네스북에 등재된 그의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많은 도전자들이 새로운 언어 습득에 도전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말로의 경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기록은 단순히 깨야 할 목표가 아니라, 인간의 가능성과 호기심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위해 첫 단어를 발음하고 있을 것이다. 그 작은 시작이 모이면, 언젠가는 또 다른 기록을 향한 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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