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껍질 속 인간 의지 – 세계 최고 기록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기네스북에는 인간의 신체 능력이나 기술력뿐 아니라, 집중력과 반복 작업에 대한 한계 도전도 수록된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눈시울을 자극하는 ‘양파’와 관련된 기록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인내와 끈기의 상징이 되었다. 2023년, 인도 펀자브 출신의 여성 노동자 샤르마 프리야는 하루 동안 무려 884kg의 양파 껍질을 벗기며 세계 기록을 갱신했다.
이 기록은 단순히 “많은 양의 양파를 손질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24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단 한 순간의 중단도 없이 지속적으로 손을 움직여야만 가능한 도전이었다. 양파는 껍질이 단단하면서도 얇고, 칼질 실수로 속살이 상하기 쉬운 채소다. 따라서 아무리 빠르게 손을 움직여도 정확성이 동반되지 않으면 해당 양은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기네스북은 프리야의 기록을 인정하기 위해 총 3명의 심사위원을 배치했고, 4대의 고속 카메라가 24시간 내내 그녀의 손을 촬영했다.
프리야는 이 도전을 준비하기 위해 약 1년간 매일 10시간 이상 양파를 깠으며, 손가락 끝에는 특수 제작된 천연 보호막을 덧대어 상처를 최소화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그녀가 아무런 기계 장비 없이 오직 맨손과 칼 하나만으로 이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이 기록은 나의 기술이 아니라,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일터로 나섰던 나의 어머니와 모든 여성 노동자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말했다. 이처럼 단순해 보이는 작업 속에는 한 사람의 의지와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이 함께 녹아 있었다.
기네스북이 인정한 ‘양파 껍질 벗기기’ 기록의 기준
기네스북은 어떤 기록이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양파 껍질 벗기기의 경우에도 단순히 양이 많다고 해서 모두 기록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첫 번째 기준은 ‘외피만 벗기고 속살은 손상시키지 말 것’이다. 양파 껍질은 얇고 부서지기 쉬워서 무심코 힘을 주면 흰 부분까지 벗겨질 수 있는데, 이 경우 해당 양은 공식 기록에서 제외된다. 실제로 프리야의 경우, 벗긴 양파 전체 중 약 9.5%는 과잉 손질로 인해 인정받지 못했다.
두 번째 조건은 연속성이다. 기네스북은 도전자가 연속적으로 작업을 수행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시간 단위로 정해진 체크 포인트를 설정한다. 만약 이 시점에서 도전자가 자리를 비웠거나 작업을 멈췄다면, 전체 기록 자체가 무효 처리된다. 단, 1시간 작업마다 5분의 짧은 휴식은 허용되며, 이 시간도 촬영과 기록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위생과 안전이다. 양파는 식용 작물인 만큼, 벗겨진 양파의 보관 방식과 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프리야는 기록에 도전하는 동안 각 시간대별로 껍질을 벗긴 양파를 깨끗한 통에 담아 온도 유지가 가능한 냉장 창고에 보관했고, 이 과정도 별도 관리팀이 실시간으로 점검했다. 이러한 복잡한 조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에 비로소 그녀의 기록은 정식 기네스북에 등재될 수 있었다.
기네스북은 이를 ‘고강도 반복 노동 기반 기록 항목’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2025년부터는 이와 유사한 노동 기반 도전을 별도 카테고리로 분류해 더 많은 도전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반복 작업 속 집중력 – 양파보다 더 단단했던 정신력
양파를 하루 종일 까는 일은 상상 이상으로 고된 작업이다. 손끝 감각은 점점 무뎌지고, 눈은 매운 성분 때문에 충혈되고, 손목은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쉽게 염증이 생긴다. 프리야는 도전을 준비하면서 수많은 신체적 고통을 감내해야 했고, 특히 오른쪽 엄지손가락은 한때 감각이 없어질 정도로 손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로 집중한 것은 속도나 기술이 아니라, 정신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었다. 프리야는 도전 기간 중 매 시간 스스로에게 짧은 응원의 말을 건넸으며, 벽에 붙인 가족의 사진을 보며 ‘이유’를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녀는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수십 번 있었지만, 나를 믿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손을 멈추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세는 단순한 노동이 아닌, 자기 수양에 가까운 훈련 과정이었다. 프리야는 도전을 위해 눈 보호용 고글을 착용했지만, 장시간 착용으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자 고글을 벗고 맨눈으로 도전을 이어갔다. 이는 신체적 고통보다 기록에 대한 집중력이 더 컸다는 의미다. 그녀의 정신력은 단지 하나의 기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삶에 대한 선언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런 정신이 있었기에 그녀는 세계 기록이라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노동의 기록을 넘어 감동의 상징이 된 양파 껍질
샤르마 프리야의 기록은 단순히 ‘하루에 양파를 가장 많이 깐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노동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세계적 메시지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기네스북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기술 중심의 기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 들어 반복적이고 묵묵한 인간 행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프리야의 기록은 바로 그 변화의 상징이었다.
2025년판 기네스북은 이 기록을 단순 수치만 기재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인터뷰와 준비 과정, 감정 변화까지 포함한 스토리 기반 기사로 다뤘다. 이는 기록 그 자체보다 기록에 이르는 여정의 가치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프리야는 이후 인도 내 ‘여성 노동자 권리 캠페인’의 홍보대사로 위촉되었으며, 그녀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로도 제작 중이다. 그녀는 기록을 통해 유명해졌지만, 여전히 매일 아침 작은 식당에서 양파를 까며 일하고 있다. 그녀는 “나는 여전히 나의 손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기록은 잠깐의 보상일 뿐이고, 진짜는 매일의 반복 속에 있다”고 말했다.
프리야의 기록은 오늘날 자동화 기술과 빠른 효율성에 익숙해진 현대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집중력과 지속성, 그리고 반복되는 행위 속에 깃든 진정성은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가치다. 양파 껍질 속에서 피어난 이 작은 위대한 기록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기록보다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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