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서 8시간 30분을 버틴 남자 – 기네스북이 인정한 줄타기 대기록
사람이 밧줄 하나에 의지해 고공에 선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 출신의 고공 곡예사 **스펜서 세클로프(Spencer Seclaf)**는 그 상상을 현실로 바꾼 인물이다. 그는 2022년 10월, 기네스북에서 공식 인증한 **“외줄 위에서 가장 오랫동안 버틴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가 도전한 장소는 미국 유타주 캐년랜드 국립공원의 300m 고지대. 두 절벽 사이를 잇는 약 120m 길이의 슬랙라인(slackline) 위에 올라, 총 8시간 30분 17초 동안 외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버텼다. 이는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줄 위에 서 있고, 때로는 무릎을 꿇고, 좌우로 중심을 맞추며 지속적인 균형 유지 상태를 유지한 것이다.
이 도전은 생존 기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줄 밑은 300m 깊이의 협곡이며, 바람은 시속 15km 이상으로 불었다. 밧줄은 지면과 연결된 지지점 없이 양쪽 절벽에만 고정되어 있었고, 스펜서의 몸은 단 하나의 안전벨트만으로 줄에 매달려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았고, 끝내 인간의 한계라 여겨졌던 **‘공중 체류 시간’**을 새롭게 정의했다.
그는 줄 위에서 수십 번 중심을 잃을 뻔했고, 다리에 경련이 오고 바람에 밀리기도 했지만, 깊은 호흡과 집중력으로 균형을 되찾았다. 스펜서는 인터뷰에서 “줄 위에서는 내 몸 하나만이 아니라, 감정과 생각까지 모두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인간이 자신의 감각과 정신력을 얼마나 정교하게 조율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다.
고공 곡예사의 몸 – 균형 감각은 타고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많은 사람은 이런 기록을 보고 “저건 타고난 사람만 가능한 거 아니야?”라고 묻는다. 하지만 스펜서 세클로프는 훈련을 통해 균형 감각을 인위적으로 길러낸 사람이다. 그는 원래 운동신경이 뛰어난 편이 아니었고, 줄타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3초도 버티지 못했다고 말한다.
그는 **‘균형 감각은 뇌, 시각, 근육 감각계의 훈련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입증했다. 특히 고공 줄타기에서는 전정기관(귀 안쪽의 평형 감각 센서), 시각 피질(공간 위치 인식), 근골격계의 미세 감각들이 실시간으로 협업해야 한다. 스펜서는 이를 위해 매일 6시간 이상 줄 위에 서서 버티는 훈련을 했으며, 눈을 감고 외줄 위를 걷는 법, 한 발로 서는 훈련, 가만히 있는 자세에서 버티기 훈련까지 수천 번 반복했다.
무엇보다 그는 감정 조절에 집중했다. 고공에서 중심이 흔들리는 것은 대부분 심리적 불안과 공포가 신체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스펜서는 ‘줄 위에서는 감정이 몸으로 바로 드러난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그는 명상, 시각화 훈련, 호흡 조절 등을 통해 마음을 비우고,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법을 익혔다.
그는 결국 ‘균형’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신체의 중심을 잡는 것을 넘어, 감정과 사고, 호흡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자기 제어 능력이라고 말한다. 줄 위에서 휘청이는 순간은 곧 내면의 동요를 반영하며, 그 흔들림을 받아들이고 흘려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균형이 잡힌다고 믿는다. 그의 훈련은 단지 줄 위에서 버티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통제하고 믿는 훈련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기술 이상의 무언가로 이 기록을 완성해낸 것이다.
플로우 상태 – 외줄 위에서 시간과 공간을 잊다
고공 줄 위에서 8시간 이상 버티는 동안, 인간은 어떤 상태에 도달하는가? 스펜서 세클로프는 그 시간을 **“현실의 감각이 사라지고, 오직 중심만 존재하는 시간”**이라 표현한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플로우(Flow)’ 상태와 유사하다.
플로우란 사람이 어떤 활동에 완전히 몰입해 시간 감각을 잊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는 두려움, 불안, 피로감, 잡념이 모두 차단되고, 뇌는 오직 당면한 동작 하나에만 집중하게 된다.
스펜서는 외줄 위에서 플로우에 진입하는 법을 훈련했다. 그는 도전 전 3개월 동안 매일 30분 이상 명상하며, 실제 줄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시각화했고, 바람 소리와 줄의 진동까지 상상하며 ‘가상의 도전’을 수백 번 실행했다. 이 훈련은 실제 도전에서 큰 효과를 보였다. 줄 위에 선 지 3시간이 지나자 그는 긴장감을 잊고, 몸이 줄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러한 심리적 몰입은 단순한 정신력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뇌파가 베타파에서 알파파로 전환되며 이완된 집중 상태에 도달할 때 가능한 현상이다. 줄 위에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몸도 뇌도 ‘흔들리지 않도록 훈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기록이 남긴 메시지 – 한계를 넘는 인간, 무모함과 위대함의 경계
스펜서의 도전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줬지만, 동시에 위험성에 대한 경고도 함께 남겼다. 고공 곡예는 실패 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치명적인 행위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공 곡예사 중 여러 명이 도중 추락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기네스북 역시 이 분야 기록은 철저한 안전 기준과 감독 아래에서만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왜일까? 스펜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줄 위에 오르는 이유는, 그 끝에 진짜 나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줄 위에 서는 일은 자신과 싸우는 시간이다. 불안, 피로, 자기 의심을 밀어내고 끝내 중심을 지켜내는 것. 그것이 곧 인간이 스스로를 증명하는 방법이다.
이 기록은 단순한 묘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인간이 집중과 훈련, 그리고 극한의 감정 통제를 통해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동시에,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신체적 이해, 안전을 전제로 해야만 가능한 시도라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한다.
스펜서 세클로프의 기록은 이렇게 남았다.
“가장 오랫동안 공중에 버틴 사람 – 8시간 30분 17초.”
이 숫자는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을 이겨낸 시간이며, 물리적 중심을 넘어서 정신적 중심을 잡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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